<발로란트>를 사랑하는 아이 덕분에, 나 역시 뉴비
<발로란트>를 좋아하는 학생, **이를 위해 게임을 분석하고 수업 자료를 만들다 보니 어느새 나 또한 <발로란트>를 애정하게 되었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반갑고, 반가우니 더 찾아보게 되는’ 평범하지만 놀라운 과정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게임에 대해 무지했고, 게임이라 하면 ‘뜨악’했던 게임 무지를 넘어 혐오 엄마에서, 이제는 게임 속에 숨겨진 재미와 놀라움을 깨닫는 ‘뉴비’가 되었다.
흔히들 게임을 하면 시간 낭비라거나, 뇌를 쓰지 않아 머리가 나빠진다고 말한다. 나는 이 항설에 대해 “정말 그런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게임의 방대한 세계관과 규칙을 숙지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에서 전략을 짜며, 변수에 대처해 승리를 이끌어내는 이 고도의 과정이 과연 머리를 쓰지 않고 가능할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게임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간과하지는 말아야겠다. 아무튼 <발로란트>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 지리, 물리, 사회, 역사적 지식이 필요했고, 발로란트를 이해하기 위한 동기를 장착한 과학, 지리, 물리, 사회, 역사의 지식 학습 과정은 아이를 몰입하게 했다. 설명을 이해하는 게 힘들어보이는데도 참고 들으며 이해하려 하는 아이의 모습이 놀라웠다.
게임 지식이 아닌, ‘공부 그릇’을 만드는 과정
물론 나의 의도는 단순히 <발로란트>의 게임 지식을 쌓는 것에 있지 않다. 나의 목표는 <발로란트>라는 강력한 도구를 통해 ‘공부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책상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 습관부터 단어 익히기, 문장과 문단 읽기, 텍스트 분석하기 등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훈련했다.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적절한 어휘로 표현하고, 정보를 기억해 인출하며, 상황을 예측하고 추론하는 훈련까지, 학교 생활과 학습에 필요한 실질적인 ‘공부 근육’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유능감’의 회복! 국영수 공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을, 자신이 사랑하는 소재를 통해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너는 이걸 다 어떻게 알고 있어?” 아이들의 숨겨진 영재성
게임에 빠져 학업 성과가 낮은 아이들은 주변의 긍정적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 스스로에 대해 비관적인 아이들에게 “넌 할 수 있어”라는 막연한 칭찬은 공허하다. 아이들은 실제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해야 하고, 어른들은 그 능력에 진심으로 감탄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국영수로는 어려운 그 일을, 게임 영역에서는 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는 <발로란트> 요원 28명의 서사와 능력치, 12개 맵의 복잡한 구조와 명칭, 19종 무기의 제원과 장단점, 수십 개의 전문 용어를 사전처럼 꿰뚫고 있다. 맵의 일부 이미지만 보고도 정확한 위치를 맞추는 능력은 신기에 가깝다. 또 다른 친구는 <로블록스 혀전투>에 등장하는 194개 아이템의 디자인과 성능, 상관관계를 모두 암기한다. 국영수에서 이런 암기력과 분석력을 보였다면 우리는 주저 없이 ‘영재’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생각이 되신다면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발로란트 관련 게임들을 해보시길 추천한다. 결코 쉽지 않다.
“어떻게 이걸 다 알아?”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답한다. “매일 하니까요.”
좋아하면 매일 하게 되고, 매일 집중하고 반복하면 놀라운 경지에 이른다는 단순한 진리를 아이들은 증명하고 있다.
<발로란트> 기반 학습 커리큘럼
현재 진행 중인 분석 수업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졌다.
* 요원 분석: 28명 요원의 출신, 역할(타격대, 척후대 등), 스킬셋 분석
* 맵 분석: 12개 맵의 구조적 특징과 주요 포인트 분석
* 무기 분석: 19종 무기의 구조, 제원(데미지, 연사력 등), 장단점 분석
* 용어 분석: 게임 내 의사소통을 위한 전문 용어 습득
이것은 기초 지식을 쌓는 단계다. 각 단계마다 관련된 역사, 지리, 물리, 과학, 생물 등등의 관련 지식을 공부했다.
다음 단계는 이를 바탕으로 한 ‘심층 분석’이다. 요원, 맵, 무기는 각각의 상성이 존재하기에 상황에 따른 최적의 효율과 궁극의 조합을 찾아내야 한다. 이 심층 분석 과정은 단순한 게임 공략이 아니다. 주어진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것을 넘어, 요소 간의 관계를 파악하고(종합), 결과를 예측하며(추론), 최적의 전략을 도출하는(문제해결) 고차원적인 인지 훈련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논리적 사고의 구조를 체득하게 된다.
우리가 아이들의 게임을 ‘노는 것’이 아닌 ‘탐구하는 것’으로 바라봐 줄 때, 모니터 속의 세상은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 아이가 게임 속에서 보여주는 그 눈빛과 열정, 그리고 방대한 지식을 인정하자. – 인류에게 ‘책’이라는 발명품이 처음 등장한 그 때도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책을 읽는 것을 한탄하며 금기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그 인정과 성취의 경험이 단단한 디딤돌이 되어, 결국 아이를 더 넓은 배움의 세상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발로란트’라는 교과서를 펼친다.
다음은 <발로란트> 에서 사용되는 18종 총의 구조, 제원, 장단점을 인포그래픽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정도 정보를 알고 있다면 전문가 수준 아닌가? ㅎㅎㅎ 아이들의 뇌는 충분히 활용되고 있다.

















